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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서평 줄거리 느낀점

by 책속나비 2023. 11. 9.

40년도 전에 문예지에 중편 소설로 발표했던 글을, 작가는 그 작품의 미숙성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신경쓰여 했다가 결국 새로운 형태로 다음어 완성해 냈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더 방대해지고 자유롭게 몸집을 키워나간 이야기라 더욱 기대가 됐는데요 무라카미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고 줄거리와 기억에 남는 문구, 작가 소개, 느낀점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하루키

 

1.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줄거리

화자인 열일곱살 소년과, 한살 어린 열여섯살 여고생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둘은 에세이 공모전에서 입상하며 서로를 알게 되고 이후 만날때마다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소녀에게 그림자가 없는, 높은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도시에 관해 자세히 기록한다 

소녀는 여기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며 벽 안의 도시에 있는 같은 모습을 한 소녀가 진짜라고 말한다

그 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 쌓여있으며 무서운 문지기가 유일한 문을 지키고 있고 시곗바늘이 없는 시계탑이 있다 소녀는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그 도서관은 우리가 아는 일반 책들이 아닌 오래된 꿈이 보관되어 있다 도서관에는 '꿈 읽는 이'라는 화자의 자리가 있다고 한다 

소녀는 어느순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고 화자는 현실을 살면서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기억으로 다른 모든 것들과의 깊은 교류와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 

 

높은 벽에 둘러쌓인 도시는 문지기의 뿔피리 소리로 단각수들만이 유일하게 벽 안과 밖을 오간다 이 도시로 오게된 화자는 그림자를 떼어놓고 눈에 상처를 내고 꿈 읽는 이가 되어 도서관으로 출근하게 된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일을 도와주는 소녀는 바깥 세상에서의 열여섯 소녀와 똑같은 모습이지만 화자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벽 안의 도시에 들어가면 모두 그림자를 떼어놓아야 한다 떼어진 그림자들은 얼마동안은 살아있다가 본체와 연결되지 못하면 소멸하게 되고 그렇게하여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은 도시 밖으로는 다시 나갈 수 없다 

그림자는 점점 힘을 잃어 가면서 화자를 설득하여 바깥으로 나가자고 하고 화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곳까지 함께 갔다가 그림자만 내보내기로 한다

 

자기도 모르게 도시에서 빠져나온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다가 화자는 산속에 위치한 작은 외딴 마을의 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게 된다 전 도서관 관장이었던 고야스씨를 만나게 되는데 스커트를 입고 베레모를 쓰며 한 겨울에도 얇은 테니스화를 신고다니는 특이한 사람이다 어느날 지하의 작은 방에서 고야스씨는 본인은 이미 죽은 유령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도서관의 유일한 직원인 소에다씨와 화자만이 유령인 고야스씨를 실제로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매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 방대한 양의 독서를 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하지 않는 소년은 유일하게 생전 고야스씨와 대화를 나누었었고 도서관장직을 이어받은 화자와도 무언가가 연결되어 있는듯 한다 

 

다시 벽안의 도시에서 그림자를 홀로 떠나보낸 화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도서관으로 출근을 하다가 옐로 서브마린 티셔츠를 입은 소년이 자기를 바라보고있는 것을 보게된다 며칠이 지난 밤에 그 소년이 자신을 찾아와 오래된 꿈을 읽는 것이 자기의 소명이라며 화자와 하나가 되고 싶다고 얘기한다 마침내 소년과 하나가 된 화자는 오래된 꿈을 열고 소년을 그 꿈을 읽으며 점점 하루에 많은 양의 오래된 꿈을 읽게 된다  화자는 본인도 모르게 본인의 마음이 바깥 세상을 원하고 있었고 소년도 화자가 이곳을 떠나 다시 그림자와 하나가 되어 바깥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2. 기억에 남는 문구 

 

너는 여러 가지를 숨기지 않고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내 생각에, 이 세계에서 마음속에 비밀을 품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이 이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44p

 

"그림자가 사람에게 도움되는 게 있나요?" 네가 묻는다.
알 수 없지, 나는 말한다.
"그런데 왜 다들 그림자를 버리지 않죠?"
"버리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도 있어. 하지만 설사 알았더라도 아무도 그림자를 버리려 들진 않을 거야."
"어째서요?"
"사람들은 그림자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현실적으로 쓸모가 있고 없고와는 관계없이." 69p

 

나는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두 감정의 골짜기를 빠져나와 천천히 집으로 돌아간다.
이 도시에서 나는 더이상 외톨이가 아니라는 생각과,
그럼에도 철저히 외톨이라는 생각 사이를.
내 마음은 그렇게 정확히 둘로 쪼개져 있다.
냇버들가지가 비밀스러운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71p

 

"항상 이렇게 일찍 와?"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네가 오기를 혼자서 기다리는 게 무엇보다 즐겁거든." 
너는 말했다. 81p

 

나는 그 흰색 인쇄용지를 봉투에서 조심스레 꺼냈다.
종이에는 검은색 잉크로 어떤 그림이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글은 없다.
나는 그 지도를 책상 위에 펼치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숨을 삼켰다.
딱딱한 무언가로 등을 힘껏 얻어맞는 것처럼 강한 충격을 느꼈다.
...
그 종이에 그려져 있었던 건,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를 거의 정확하게 묘사한 지도였다. 491p

 

옐로 서브마린 소년......
그 자신이 그대로 하나의 자립한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숨을 내밷었다.
궁극의 개인 도서관. 557p

 

나의 내부에서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예사롭지 않는 일'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손놓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747p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
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684p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각자의 역할을 맞바꾸고 말았는지도 몰라.
요컨대 지금은 그가 나의 본체로서 활발히 기능하고, 나는 마치 그의 그림자 같은,
이른바 종속적인 존재가 된 거지.
왠지 그런 생각이 드는걸. 어떨까, 본체와 그림자는 서로 교체 될 수 있는 존재일까?" 751p

 

3. 작가 소개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소설가, 수필가, 르포 작가이자 번역가이다 

무라카미 류와 함께 일본의 한 세대를 풍미한 작가로 대접받는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해외에서도 유명한 작가인데, 특히 서구권에서 인물의 작품 대부분이 번역된 몇 안 되는 일본 작가이며, 대한민국 출판업게에서도 주요 출판사의 통계상 21세기 들어 가장 인지도 높은 일본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 신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데뷔하였다 1982년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 신인상, 1985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하고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1996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당시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 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200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1Q84>는 출간되자마자 한일 양국의 서점가를 점령하며 또다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50여 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받은 체코의 프란츠 카프카 상, 2009년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 201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다

 

4. 느낀점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은 고민하지 않고 선택하는 편이지만 이번 책은 오랜만에 느끼는 그 두께에 처음부터 압도되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어렵지 않게 책은 술술 읽혔고 그에 대한 줄거리는 쓰기에 어렵지 않았으나 오히려 이후의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역시 평이한 문장과 난해한 이야기의 대가랄까. ㅎㅎ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지, 어디가 바깥 세상이고 어디가 안쪽 세상인지? 읽을수록 명확해 지는게 아니라 그 경계가 더 모호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부분을 읽으면서는 그곳이 현실이었구나 싶었다가 다시 배경이 바뀌면 또 그곳이 현실인가? 하는 생각이 책이 끝날때까지 반복되었다  

하루키가 소설 안에서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라는 소설의 얘기를 한 장면이 있었는데 현실과 비현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이 한데 뒤섞여 있는것이 평범한 일상인 것처럼 혼재했다는 그 이야기가 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보여졌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인것같고 지금 내가 살고있는 세계에서의 나의 자아가 진짜 내가 아닌지, 다른 세계에서 같은 모습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런 생각이나 고민조차도 의미가 있는것일까 싶다

이렇게 심오하고 혼란스러운 내용 사이사이에 고야쓰씨와 화자의 만남은 사과나무 장작을 때우는 것만큼 따뜻하게 느껴졌으며, 줄거리에는 쓰지 않았지만 바깥 세상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여자도 기억에 남았다 이혼을 하고, 화자와 같이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낯선 도시에 자리를 잡고 아주 성실하게 일을 하는 그 여자는 하루일을 마치고, 카운터에 앉아 가느다란 멘톨 담배에 불을 붙이고, 훌륭한 싱글 몰트를 한잔씩 마시는데 그러면서 화자와 나누는 대화들도 망설임에 대한 용기를 주었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아직 소설가로서 서툴때 써놓았던 글을 40여년이 지나 수많은 유명 작품들을 쓴 소설가로서 다시 완성을 해낸 그 기분은 어떨까? 일생의 숙제를 해낸 기분일까? 

여러모로 대단하고 다 읽었는데도 궁금한 책이라 재독을 결심하게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