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서정보
1) 도서명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2)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첫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 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 <상실의 시대>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 작가로 알려지게 되었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하는 등 하루키의 문학적 성취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3) 출판사
문학사상
2. 독서기록
1) 줄거리
여행은 테마와 목적이 있는 것이 아무래도 순조롭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번 테마는 위스키
스코틀랜드의 섬 아일레이의 이름을 알린 건 싱글 몰트 덕분이다 왜 아일레이가 싱글 몰트의 성지가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일랜드와 가까워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정설이 있다
그러나 위스키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곡물을 재배하는 넓은 땅이 부족하다보니 위스키 생산의 중심지는 되지 못했다
보리, 맛있는 물, 이탄으로 소의 '싱글 몰트' 위스키만을 생산 해 주로 블랜드용으로 본토(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 생산자들에게 매각하는 시스템이 오래 이어져왔다
그래서 아일레이의 싱글몰트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부터 싱글몰트 애호가들이 많이 생겨나고 인기를 얻으면서 아일레이도 더 알려지게 되었다
싱글몰트는 퍼스낼리티가 뚜렷하고 향으로 생산지를 특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귀중한 향이 달아나기 때문에 스카치위스키와 다르게 얼음을 넣어서 먹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독특한 맛과 향에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 작은 섬에 7개나 되는 증류소가 다 제각기 개성과 철학으로 각기 매력의 위스키들을 만들어낸다
아일랜드는 물이 좋은 곳인데 이 고장사람들은 아이리시 위스키를 위스키와 물을 반반 섞어 마신다
아일랜드에는 여섯 브랜드의 위스키가 존재하는데 현재는 그 대부분이 공동 증류소에서 생산된다
스카치 위스키에 밀려 입지가 적어진 기반을 다잡기 위해 제조과정을 통합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너무 컴퓨터화되어버려 공장에서 인간미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일랜드에는 작는 펍들이 많이 있는데 물이 좋은 곳이다보니 위스키 말고도 펍마다의 매력을 가진 흑맥주도 유명하다
아일랜드의 위스키는 작은 마을들에 위치한 시끌벅적하고 친밀한 공기를 가진 펍과 함께 기억된다
2) 기억에 담고 싶은 구절
술마다 모두 제각기 삶의 방식이 있고 철학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메이커든 '뭐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고만고만하게 옹기종기 늘어선 것이 아니라,
제각기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43p
어디를 가도 풍경은 아름답지만, 이상하게도 그림엽서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아일랜드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내미는 것은 감동이나 경탄보다는
오히려 위안과 진정에 가까운 것이다.
78p
나는 아일랜드를 여행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낯선 고장의 펍에 들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가게만의 독특한 '일상적 이야기'를 한껏 즐길 수 있었다.
길을 가다가 문득 눈에 띈 숲속으로 들어가서는,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가슴 가득 숲의 기운을 들이마시는 그런 느낌이었다.
98p
술이라는 건 그게 어떤 술이든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맛이 나는 것 같다.
그 술이 만들어진 장소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좋다.
물론 와인이나 정종도 마찬가지다.
맥주 역시 그러하다.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술을 구성하고 있는 무언가가 조금씩 바래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흔히 말하듯이, "좋은 술은 여행을 하지 않는" 법이다.
118p
사람의 마음속에만 남는 것,
그렇기에 더욱 귀중한 것을 여행은 우리에게 안겨 준다.
여행하는 동안에는 느끼지 못해도, 한참이 지나 깨닫게 되는 것을.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애써 여행 같은 걸 한단 말인가?
119p
3) 감상평
사실 이렇게 오래된 책인줄은 몰랐는데 2001년에 다른 이름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출판되어 있던 책이 2020년도에 개정되면서 사진도 추가하고 제목 및 디자인도 바뀌었다고 한다
제목부터 디자인까지 훨씬 마음에 드는 느낌이다
하루키의 문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행기도 부드럽게 잘 읽혔고 묘사도 잘 되어있어서 꿈꾸든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어떤 술이든 그 산지에서 마셔야 가장 제맛이 나는 것 같다는 하루키의 말을 보고나니 애주가인 나도 여행지에서 그곳의 술을 먹는것을 참 좋아했던 게 생각났다
국내 여행중에도 그 지역을 가면 꼭 지역 소주를 먹었고, 태국을 가면 쌩쏨에 얼음과 콜라를 타먹고 필리핀에 가서는 산미구엘을 몇십병이나 마셨었다 미국에 갔을땐 뭣도 모르면서 위스키를 사서 얼음을 타마셨던 기억이 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여행에 그 고장의 술이라는 목적까지 더해지면 더할나위없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위스키의향과 맛, 그리고 그 산지에서 직접 느끼는 공기와 물, 증류소에서 만들어지는 모습, 목초지의 풍경까지 글로 전달되기엔 물론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였다면 얼마나 전달하기가 쉬웠겠지만 이렇게라도 대신해서 느낄 수 있어서 오히려 행복한 기분이었다
언어의 한계가 느껴질 만큼 한 잔 한 잔의 위스키에서 많은 의미와 삶을 느꼈을듯.
이 책을 읽으면서 집에있는 싸구려 위스키를 얼마나 홀짝거렸는지.
4) 독서기간
2025.3.4 ~ 2025.3.7
5) 한줄평
각기 다른 한잔의 위스키만큼 정직하면서도 많은 걸 품고있는 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