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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정지아 작가 아버지의 해방일지 줄거리 등장인물 서평

by 책속나비 2023. 10. 16.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장례를 치른 기간 동안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장례기간 3일의 이야기지만 해방 전 후의 현대사를 다룬, 어쩌면 한 사람 대부분의 인생이 담겨있는 방대한 내용입니다 들어서만 알고있던 그 시절의 무겁고 또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화자의 담담한 표현, 나름 재미있는 서술과 다양한 등장인물로 인해 부담스럽지 않게 읽힌 책인것 같아요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줄거리, 등장인물, 작가소개, 기억에 남았던 문구와 제 느낀점에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1. 아버지의 해방일지 등장인물

  • 아리(딸) - 빨치산 아버지의 딸로 살아온 이 소설의 화자이다 아버지와 평생을 서먹하게 지냈지만 3일간 장례를 치르면서 만나게 된 아버지의 다양한 지인들을 통해 아머지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되고 어려서 아버지만이 본인의 세상이었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 아버지(고상욱) - 전직 빨치산으로 사회주의와 유물론에 관해 말하지만 결국 이념보다는 사람이 먼저였던 사람이다 '오죽하면 사람이 그러겠냐'라는 말을 많이 한다
  • 어머니 -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전직 빨치산이었다 아주 깔끔한 성격으로 손님이 오면 꼭 아껴두었던 새 접시를 꺼내야하는 성미를 가졌다 남편에게 서슴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사회주의와 유물론의 시점으로 행동을 지적받으면 입을 다문다 
  • 윤학수 - 아버지의 말년에 친딸보다 더 아들노릇을 한다 지역사회연구소에서 일하며 여순사건 실태 조사차 구례에 왔다가 아버지와 가까워지게 된다 아버지의 기를 살려주고자 애를 썼으며 장례때도 아리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
  • 오거리 슈퍼 손녀 - 엄마가 베트남 사람인것을 대단하게 여겨주는 아버지(고상욱)와 담배 친구를 한다 고상욱씨를 할배라 부르며 그의 말을 모든 생활에 빗대어 말할 정도로 잘 따른다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후에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 박선생 (박한우) - 아버지의 국민학교 동창으로 신문조차 아버지는 한계레신문, 박선생은 조선일보를 구독할 정도로 서로 툭거렸지만 사람은 가장 낫다며 생전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 작은아버지 -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평생 술에 쩌들어 아버지를 원망하고 살았으나 누구보다 형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동생이다
  • 떡집 언니 - 어머니의 빨치산 동료 딸. 본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리의 어머니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챙겼다 우연히 아버지의 장례식장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누구보다 살뜰히 챙기며 도와주었다 

 

2. 아버지의 해방일지 줄거리

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죽은 시점으로 책이 시작된다 3일간 치뤄진 아버지의 장례식 동안 조문을 위해서 방문한 아버지의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몰랐던 아버지를 알게되고 위로가 된다 

아리의 부모님은 빨치산이었다 위장 자수를 하고 같은 빨치산이었던 어머니를 만나 결혼 후 아리를 낳고 살았다 그러다 빨치산이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었고 긴 감옥살이를 마치고 고향인 구례에 정착한다 농사를 잘 짓지못해 계속 망하고 불쌍한 사람을 돕다가 더 어려워지기도 한다 아버지가 빨치산이었던 이유로 큰집 사촌 오빠 길수는 육사에 합격하고도 연좌제로 입학하지못했고 평생 큰 집의 원망을 받고 살았다 앞길이 좌절된 길수는 군대에 갔고, 연좌제가 풀린이후 공무원이 되었지만 암에 걸리고 만다 

장례식장의 공동 사장인 황사장의 아버지는 아리의 아버지와 함께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산에서 총을 맞고 죽게되었다 같은 사회주의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아리 아버지의의 장례를 돕는다 

박동식은 자칭 동네 머슴이라 이름하며 아버지와 정치적 동료였다 장례식장에서 딸 아리를 대신해 장례 절차를 진행하고 작은 일들도 다 앞장서서 처리해준다 

윤학수는 아리보다 3살많지만 아버지와 막역지우로 지냈으며 딸보다 더 자식노릇을 해왔다 장례식장에서도 친아들처럼 자리를 지키며 장례를 돕는다

평생 술에 찌들어가며 아버지를 미워한 작은아버지는 어린시절 자랑스러워하던 형에 대해 얘기하다 할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옆에서 오줌을 싸며 혼절했다 그 힘든 마음을 이겨낼 수 없어 아버지를 미워해왔다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키며 울고 웃었던 사촌언니들은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든든히 함께 한다 

생전에 투닥거리면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박선생에게, 아버지의 치매를 눈치챈 아리는 돈을 맡겨 아버지가 돈이 필요할때 빌려줄 수 있도록 했다 박선생은 아리를 만나 남은 돈을 돌려주었고 아리는 아버지가 사람을 믿었던 삶이 틀리지않았다는것을 느낀다 

장례식장에서 공술을 얻어먹으러 왔다가 고함을 지르고 침을 밷으며 소란을 피우던 다리한쪽이 없던 노인은 아리아버지와 빨치산 동료였던 형은 죽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원망을 했지만 마지막엔 본인의 형과 아리아버지가 같이 찍은 사진을 아리에게 건네주며 사과를 한다 

가족들 뿐 아니라 오거리 슈퍼 소녀와 마을 사람들, 빨치산 동료들, 동창들과 민노당원들, 어머니 전 남편의 동생까지, 많은 분들이 장례식장에 와서 아버지 가는 길이 외롭지 않다 원망하고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삶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온 인연들을 통해 느끼게 해준다 

 

 

3. 기억에 남는 문구

 

다만 당하기로 따지자면 내가 더 당했다.
아버지는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빨갱이가 되기로 선택하지 않았고,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겠다고 선택하지도 않았다.
태어나보니 가난한 빨갱이의 딸이었을 뿐이다.

 

여기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마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 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가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 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죽음이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으니 해방의 기쁨 또한 그만큼 크지 않을까,
다시는 눈 뜰 수 없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고통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잘 참는 사람은 싸우지 않고 그저 견딘다.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들고 일어나 누군가는 사움꾼이 되고 누군가는 혁명가가 된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는 게 아버지식의 위로였다.
그 위로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잘 먹혔다.

 

4. 작가 소개 

작가 정지아

정지아는 1965년 전라남도 구례에서 태어난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0년 '빨치산의 딸'이라는 장편 소설로 데뷔했다 2006년 '풍경'으로 제7회 이효석문학상, 2008년 '봄빛'으로 제14회 한무숙문학상, 2020년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로 제14회 김유정문학상을 받는 등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용 위인전이나 일반 전기물이 상당히 많다 

데뷔작 '빨치산의 딸'은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빨치산의 딸은 실제 자신인데, 아버지는 전남도당 조직부장 정운창이고 어머니는 남부군 정치지도원 이옥남이다 이적표현물로 지정되어 판매금지 10년을 먹고 2005년에 재출간했다 

 

5. 느낀점

어려서부터 잠깐씩 예전에 이랬었다 하고 전해들었던 '빨갱이', '빨치산', '사회주의'를 이렇게 글로 만날 수 있을지는 몰랐다 내용이 무거운듯 무겁지 않고, 또 재미있는 듯 가슴에 울림을 주기도했다 

아리는 아빠가 빨치산이라는것을 상대가족이 알게되어 결혼을 앞둔 남자와 헤어지게 되었고 사촌오빠 길수는 육사에 합격을 했다가도 연좌제로 떨어지게 된 것까지,  가족들이 피해를 보고 힘들어하는데도 고집해야했던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그 신념과 이념이 대체 무엇인지 가슴이 답답해 지기도 했다 

아리는 아버지와의 정이 없고 오히려 빨치산 아빠의 영향으로 고생만 해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후에 떠올린 아리의 기억으로는 어린시절 아빠의 무등을 타고다니며 아빠밖에 몰랐던 때가 있었다 이런 기억이 평생 마음에 남을 것이다 

좋은 기억은 그것만으로도 앞으로를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때문에 아마도 장례식 이후의 아리의 삶과 마음가짐은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을것 같다 

책 내용에 많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그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서술되는 방식이었는데 생각보다 기억에 남는 인물들이 많았다 한명한명의 에피소드들이 가볍지 않았고 나조차도 처음엔 한심하게만 보였던 아버지가 꽤 괜찮은 삶을 살아오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뼛속까지 사회주의자로 가족보다도 이데올로기를 택했다 생각했던 아버지였지만 사실 아버지도 그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 살아온 보통 사람이었다는게 느껴진다 

또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다 오거리슈퍼 손녀와 아리의 대화중에, 어렸을적 아버지가 함안댁 아줌마의 궁뎅이를 두들겨서 아리가 화가 많이 났던 내용이 있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미군보다 감옥, 무엇보다도 딸이 자기에게 실망한것이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는걸 전해들었다 역시 아버지는 아버지구나, 싶기도 했다  

나중에 알았던것이지만 정지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었다는걸 알고 많이 놀랬다 그 삶이 어땠을지, 본문에서 나온것처럼 아버지는 본인이 이념을 선택한거지만 아리는 이 삶에 대해 자기의 선택은 없었다는 말이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답답하고 화가나기도했고 안쓰럽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족에 대해서도, 삶을 살아가며 맺는 인연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